겨울에 이상하게 더욱 매력이 넘치는 도시 철원, 사람들이 철원을 찾는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그중에서는 분단의 현실을 생동감 있게 경험하고 싶은 마음으로 방문하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노동당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역사적 장소들이 있지만 오늘은 치열한 고지쟁탈전이 벌어졌던 백마고지 전적지를 소개드려볼까 한다.
1. 철원 백마고지 전적지 위치 및 주차
위치 : 강원 철원군 철원읍 평화로 3591
주차 : 여유롭게 무료 주차 가능
총평 ★★★
- 6.25 전쟁의 격전지로서의 의미
- 흔히 보기 어려운 시원하게 트인 주변 경관
- 철원역사문화공원 등 다양한 주변의 볼거리
- 이것만 보러 오기에는 다소 아쉬움
내비게이션에 백마고지 전적지를 검색하고 떠나면 "이거 이러다 북한으로 가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이 북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백마고지 전적지 주차장이 등장한다.
백마고지 전적지는 이제훈이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 <고지전>으로 잘 알려진 곳으로 한국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이곳 명칭의 유래는 전쟁 중 포격에 의해 수목이 다 쓰러져 버리고 난 후의 형상이 누워있는 백마처럼 보였기 때문에 백마고지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과 당시 참전했던 어느 연대의 부연대장이 외신기자의 질문에 "화이트 호스 힐(White horse hill)"이라고 대답하여 비롯되었다는 설 등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격전을 치르고 난 후 처절한 산의 형상이 백마의 와상 같다 하여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너무 넓어 다소 황량한 느낌까지 드는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차에서 내리면 바로 위 사진의 백마고지 전적비에 대한 간단한 안내를 볼 수 있으며, 높고 길게 뻗은 태극기로 가득한 길을 오르면 본격적인 백마고지 전투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2. 철원 백마고지 전적지 둘러보기
기다란 태극기 길을 걸어 오르면 백마고지 위령비를 볼 수 있는데 앞에 있는 현무암 비석은 1985년 6월 6일 육군 제5사단 장병과 지역 주민들이 백마고지 후방에 세운 3.6m 높이의 위령비로 오랜 풍상으로 훼손되고 대규모의 위령제를 봉행하는데 장소 협소 등의 어려움이 있어 1990년에 철원군에서 위령비 일대를 대대적으로 정비하여 새롭게 단장한 것이라고 한다.
위령비의 바로 옆에는 백마고지 전적비 시계탑을 볼 수 있는데 이 시계는 멈춰진 시계탑의 바늘이 다시 돌아가길 바라는 염원과 분단의 슬픔을 공유하고자 만들어진 것으로 좌측면은 10시 10분(한국전쟁 국군 승리일자), 우측면은 9시 05분(한국전 참전 9사단과 현 5사단 책임지역을 의미)을 가리키고 있으며, 전면 시계는 모두가 다 아는 6.25 한국전쟁을 의미하는 6시 25분을 가리키고 있다.
위령비 앞쪽의 좌우로 자리하고 있는 기념관은 홍익대 강건희 교수가 설계한 것으로 회고의 장, 기념의 장, 다짐의 장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처절했던 격전의 현정을 재현할 목적으로 설립하였다고 하나 내가 방문한 올 겨울에는 문이 닫혀있어 실내를 구경하지는 못했으니 방문하실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기념관을 지나 새롭게 정비된 정상에 오르면 1990년에 재정비를 하며 만들어진 건립취지문과 대한민국 국가유공자의 말이라는 설명과 함께 백마고지 전투의 기록을 볼 수 있는데, 이때 국군 제9사단의 3개 연대는 1952년 10월 6일~15일까지 중공군 제38군의 7개 연대와 백마고지를 빼앗기 위한 혈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아군은 3,416명의 사상자를 적군은 포로 57명을 포함한 14,389명의 인적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작전기간 중, 쌍방이 발사한 포탄 수는 적군이 55,000발, 아군이 219,954 발이었다고 하며, 항공지원은 미 제5공군과 동해의 함재기 편대가 총 754회를 출격 지원하였고 그중 야간 출격도 76회나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고작 10일 동안 백마고지의 주인이 24차례나 바뀌었다고 하니 이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던 전투인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백마고지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국군 제9사단은 이 전투를 통해 창설 2년 만에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항상 승리한다는 의미의 '상승백마'라는 칭호를 받았으며, 이러한 전통을 바탕으로 1966년 5월 맹호부대에 이어 파월부대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입구부터 백마고지 전적비가 있는 정상까지 올라오며 이곳에서 치열한 혈전을 벌였던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며 걷다 보면 저기 멀리 작은 정자가 보이는데 그 뒤편이 바로 'DMZ 평화의 길'이다.
DMZ 평화의 길은 전쟁의 상흔과 분단의 아픔이 서린 비무장지대와 접경지역을 평화와 공존의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해 조성된 길로 국민들이 '테마노선'과 '횡단노선'을 걸으며 비무장지대의 생태, 문화, 역사자원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총 11개의 테마노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이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시작하는 '철원코스'이기도 하다.
DMZ평화의 길 코스들의 경우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이라 더 이상 들어가지는 못했으나 이곳에서 주변 경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 여겨지며, 이곳을 직접 걸어보고 싶으신 분들은 올해 다시 진행될 '두루누비' 사이트에서 운영일정을 확인하신 후 방문 신청을 하시면 된다.
<DMZ 평화의 길 예약 사이트>
https://www.durunubi.kr/dmz-main.do
백마고지 전투가 일어난 지 70여 년이 지난 지금 전망대에 서서 저 멀리 보이는 백마고지를 바라보고 있으니, 눈앞에 보이는 평화로운 풍경 이전에 얼마나 많은 젊은 군인들의 희생이 있었는지를 돌이켜 보며 괜히 숙연해지기도 했지만 시원하게 탁 트인 철원의 평야도 볼 수 있고 역사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말 어디로 떠날지 고민이신 분들께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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