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숲을 통째로 빌릴 수 있는 곳 - 사릉 (feat. 슬픈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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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숲을 통째로 빌릴 수 있는 곳 - 사릉 (feat. 슬픈 사랑 이야기)

by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 2021. 9. 5.

1.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릉 투어

 

  끝을 모르고 지속되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어딜 가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와중에도 여전히 고요한 산책을 선물해주는 곳이 있어서 우리 구독자분들에게 공유하고자 또 자리에 앉았다. (물론 1일 1포스팅의 목적도 있다...)

 

 - 한결같이 고즈넉한 사릉 -

사릉 산책로

 

  불과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릉이라는 곳은 나에게 그저 선조들의 업적을 기리고 존경을 표하는 우리 동네 근처에 있는 유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곳들이었으나, 부모님의 추천으로 동구릉을 한 번 다녀온 뒤로는 지역에 있는 릉은 거의 다 돌아다녀보고 있는 중이며, 각 지역별 릉이 주는 같은 듯하면서도 서로 다른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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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남양주 사릉 및 주차 정보

 

남양주 사릉 입구

 

 

 

주소 :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사릉로 180

주차 : 입구 앞에 기다란 주차장 있음
(사람들이 의외로 입구 앞에까지 오질 않아서
앞으로 쭉 들어오면 자리가 은근히 많음)

사릉 주차장

 

<관람 안내>
2~5월, 9~10월 : 9 ~ 18시 (매표 마감 17시)
6~8월 : 9 ~ 18시 30분 (매표 마감 17:30)
11~1월 : 9 ~ 17시 30분 (매표 마감 16:30)

<관람 요금>
만 25세 ~ 만 65세 개인 1,000원
만 24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 국민 무료

(압도적인 무료입장 서비스....)

 

사릉 관람안내

 

 

 

3. 남양주 사릉 내부 특징

 

1) 탁월한 위치 선정이 주는 편안함

 

  기본적으로 릉은 뛰어난 자연경관 속에 자리 잡고 있으며, 보통 남쪽에 물이 있고 뒤로는 언덕에 의해 보호되는 "배산임수"의 터이기에 릉안에 들어가면 바로 전까지만 해도 나는 분명 왁자지껄한 도시에 있었는데 릉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을 지나 다른 세계로 들어온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남양주 사릉 입구 및 산책로 초입

 

2) 잘 관리되고 있는 산책로

 

  왕릉들은 현재 문화재보호법 등 실정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으며, 통합 관리 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인 보존 계획을 세워서 관리되고 있다고 한데, 그래서인지 수백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제 새로 만든 공원처럼 관리가 잘 되고 있다. 특히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릉으로 산책하러 간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산책로에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도 내가 릉 산책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가 뻥 뚫리는 기분

  

  멋들어진 소나무 숲 아래에 있는 흙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싹 풀리는 느낌이 들며, 주변에 위험한 것들이 없어서 아이와 함께 걸으면서 시간을 보내기에도 아주 좋다. 우리 아들도 1시간 동안 릉 안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개미들도 쫓아다니고 하더니만 차에 타자마자 기절해서 30분을 내리 잤을 정도로 자연 마취제로서의 효과도 탁월하다.

 

신나게 뛰어다니던 아들
그림 같은 산책로와 의자

 

3) 사릉만의 볼거리 "전통수목 양묘장"

 

  릉들이 대부분 다 비슷비슷한 환경으로 조성되어 있지만 사릉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볼거리가 바로 "양묘장"이다. 사릉에서 운영되고 있는 "전통수목 양묘장"은 궁궐과 왕릉에 공급하는 전통 수목을 기르는 곳으로 조선 시대 궁중 정원의 꽃과 과일나무 등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청인 '장원서'를 토대로 하고 있다고 하며, 양묘장에서는 소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조팝나무(?), 병꽃나무 등의 전통 수목과 한국 고유의 야생화를 생산하여 궁궐과 조선왕릉을 비롯한 문화재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사릉 전통수목 양묘장의 모습

 

  이 양묘장은 1972년 문화재관리국 직영 양묘장을 사릉에 만들면서 시작됐고, 현재는 사릉을 포함한 5개의 능에만 설치되어 운영된다고 하고 있으니, 사릉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볼거리라고 생각된다. 

 

 

4) 교육 목적으로도 좋은 왕릉

 

  왕릉은 조선시대부터 '나무나 풀 따위를 함부로 베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엄격히 관리해왔으며, 그 덕에 600년 동안 왕릉의 자연환경을 잘 보호하고 관리하여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는 자연학습장이다. 또한 무덤을 조성한 지역과 곁에 묻힌 인물들을 통해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인물의 입장을 살펴볼 수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과도 같은 곳이다. 

 

사릉 역사문화관

 

  역사문화관도 양묘장 근처에 있으나 코로나로 인해 아쉽게도 현재는 관람이 중지된 상태이다. 하지만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홈페이지에서 우리나라의 모든 릉에 대한 이야기들을 볼 수 있으므로 아이들과 함께 가시는 분들은 가기 전에 한 번 공부해보고 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느낌이 좋아 찍었던 역사문화관 앞 나무

 

 

4. 남양주 사릉 관람을 마치며

 

  사릉은 제6대 단종 비 정순왕후 송씨의 능으로, 15세에 왕비가 되었다가 18세에 단종과 이별하고, 부인으로 강등되어 평생을 혼자 살아가야 했던 불운한 인물이다. 단종이 복위사건으로 영월로 유배되어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는 소식을 들은 정순왕후는 아침저녁으로 산봉우리에 올라 단종의 유배지인 동쪽을 향해 통곡을 했는데, 곡소리가 산 아랫마을까지 들렸으며 온 마을 여인들이 땅을 한 번 치고 가슴을 한 번 치는 동정곡을 했다고 전해진다. 

 

2019년 다녀온 단종유배지 ㅠㅠㅠ

 

  사실 처음에는 그저 동네 경치 좋은 릉에 맑은 공기를 마시러 간다고 헬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갔던 사릉인데 이곳에서 정순왕후의 사연과 내가 다녀왔던 단종 유배지의 기억이 하나가 되면서 갑자기 마음이 아련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청승.....) 

  이렇듯 조선 왕릉들은 경치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지난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해보고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과 같은 곳이므로 코로나 시대에 갈 곳 없어 헤매시는 분들은 릉 투어를 한 번 해보실 것은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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