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축의 의미
건축은 사전적 의미로는 흙이나 나무, 돌, 벽돌 따위를 써서 세우거나 쌓아 만드는 것 정도로만 표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현실 속에서의 건축은 여러 가지 생활을 담기 위한 기술, 구조 및 기능을 수단으로 만들어지는 공간 예술이다. 특히 단순한 건조기술을 구사하여 만들어진 결과로써의 구축물을 건물(building)이라 하고, 공간을 이루는 작가의 조형의지가 담긴 구축의 결과를 건축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 건축이라는 것은 확실히 예술의 세계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2. 제주도의 건축물들
지금껏 제주도 여행을 수도 없이 많이 가봤지만 그때마다 제주도에서 주로 봐왔던 것들은 한라산, 성산일출봉, 우도, 이쁘기로 소문난 해변 등 대부분 제주도의 경이로운 자연들이 중심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마지막 제주도 여행에서 경험했던 여행지 두 곳은 자연 못지않게 건축물 그 자체도 우리에게 감동과 경이로움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곳이었기에 여러분들께 한 번 소개해보고자 한다. 특히 이 두 코스는 서로 1Km도 떨어져 있지 않아서 오셨을 때 묶어서 한 번에 보면 된다.
3. 본태박물관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62번길 69
주차 : 무료 주차 가능
(자리 약간 부족할 수 있음)
<운영 시간>
매일 10시 ~ 18시 (연중무휴)
<관람 요금>
성인 20,000원 / 학생 12,000원 /
미취학 아동(만 3~7세) 10,000원
(네이버 예매 시 8~20% 할인 가능)
사실 이 박물관을 직접 방문하기 전까지는 할인가를 감안한다고 해도 박물관 치고 너무 비싼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박물관을 다 둘러보고 난 후에 든 감정은 "와.. 돈이 하나도 안 아까운데?"였다. 특히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만을 보는 것이 아닌 다양한 전시관부터 조각공원까지 볼거리들이 풍부하여 우리 같은 경우는 이 박물관에서 거의 2시간 가까운 시간을 구경을 했다. 다만, 포스팅 주제가 건축이므로 건축물 위주로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다.
1) 본태 박물관 개요
본태박물관은 '本態, 본래의 형태'라는 뜻으로 인류 본연의 아름다움을 탐구하기 위해 2012년 제주도에 설립되었으며, 전통과 현대의 공예품을 통해 인류 공통의 아름다움을 탐색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하였으며 대리석을 연상케 하는 건축가 고유의 노출콘크리트와 건축 요소로 차용된 빛과 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안도 타다오 건축의 뛰어난 수준을 보여준다.
2) 건축가 안도 타다오
안도 타다오(1941~ )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1995)을 수상하였고 일본 나오시마의 베네세 하우스, 지축 미술관 단지를 비롯 수많은 세계적 건축물을 설계한 바 있는 당대 최고의 건축가이며, 노출 콘크리트를 주로 사용하는 그의 건축은 순수 기하학적인 형태의 건물에 빛과 물을 건축요소로 끌어들여 자연과의 통합을 꾀한다.
특히 본태박물관은 건축 공간의 미학적 관점을 넘어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하는 "건축환경"에 대한 그의 철학이 담겨 있어 더욱 의미 있는 박물관이라고 한다.
3) 본태 박물관 설계 방향과 공간 구성
본태박물관은 경사진 대지의 성격을 거스르지 않고 공간적인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서로 다른 높이에서 만나는 삼각과 긴 사각마당을 가진 두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안도 타다오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크리트는 재료의 단단함, 색채의 미려함, 자연과의 조화로움이 돋보이는 최고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4) 본태 박물관 전시 소개
본태 박물관은 현재 총 5개의 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각 전시관별 주제는 다음과 같다.
- 제1관 : 본태박물관 소장품 상설전 <아름다움을 찾아서>
- 제2관 : 현대 미술작품과 안도 타다오 상설전
- 제3관 : 쿠사마 야요이 상설전
- 제4관 : 상여와 꼭두의 미학 상설전
- 제5관 : 소장품 기획전 <삶의 정서가 깃든 불교미술의 매력 & 친제설찬>
어찌보면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전시들이지만 그래서 더욱 한 번에 여러 전시를 구경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5) 본태 박물관 사진
사실 노출 콘크리트 공법이 이미 너무 유행을 하고 있어서 요즘은 온갖 건물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본태 박물관을 보는 순간 '아... 원조는 다르긴 다르구나...'라는 것을 건축의 문외한인 나도 바로 느낄 정도였다.
이제 겨우 시작인데 나는 이미 본태 박물관의 매력에 푹 빠져서 구경을 했던 것 같다. 한껏 궁금증을 자아내는 콘크리트 벽 사이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니 저 멀리 마치 모자처럼 보이는 산방산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명승 제77호라고 하는데 과연 명승으로 지정될 만한 모습이라고 여겨진다.
보통 콘크리트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은 차가움, 거침, 회색 등이다. 하지만 안도 타다오는 건축학적으로도 하중 지탱 같이 투박한 재료인 콘크리트를 장인 정신을 한껏 담아 자연과 하나가 되는 예술품을 만들어낸다. 또한 본태 박물관은 비효율적인 동선을 통해 관람객이 건축물 자체에 대한 충분한 체험을 하게 하고 있으며, 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전시물보다는 박물관 자체가 생각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을 놓고 과연 이 작품들이 사람에게 적합한 것이냐라는 비판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가 만든 건축물들을 통해 사람들이 다른 건축물에서 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 종교적인 경외감까지 느끼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에게 적합한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4. 방주 교회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62번길 113
주차 : 무료 주차 가능
<외부 개방 시간>
하절기 : 오전 8시 ~ 오후 7시 (5~9월)
동절기 : 오전 9시 ~ 오후 6시 (하절기 외)
<내부 개방 시간>
평일/공휴일 : 오전 9시 ~ 오후 5시
토요일 : 오전 9시 ~ 오후 1시
일요일 : 오후 1시 ~ 오후 5시
1) 방주 교회 개요
본태 박물관이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건축물과 공간이었다면 바로 옆에 있는 방주교회는 보자마자 반해버릴 수밖에 없는 모습의 건축물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이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설계한 교회 건축물로, 매우 아름다운 건축물로 이미 유명하다.
특히 인공 수조를 조성해 마치 건물이 물 위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그 모습이 주변의 푸른 잔디밭, 파란 하늘과 잘 어울려 건축물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맘껏 뽐내고 있다.
2) 건축가 이타미 준 (유동룡)
사실 이름을 먼저 듣고선 '이곳에는 왜 다 일본 건축가들의 작품만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조금 더 알아보니 이타미 준은 재일교포 건축가로 한국 이름은 "유동룡"이라고 한다. 재일교포로서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경계인의 삶을 살았던 그는 일본에 살면서도 평생 한국을 그리워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의 딸 이름이 한국의 이화여대에 들어가라는 뜻에서 "유이화"라고 지었다고 하니 그의 마음이 얼마나 진실됐었는지 느껴지는 것 같다.
이타미 준은 건축물의 세워질 장소의 고유한 지역성을 살려서 인간의 삶에 어우러지는 건축을 추구했다고 하며, 국내에서는 충남 아산의 '온양 미술관'을 설계했으며, 제주도의 '포도 호텔', '수/풍/석 미술관', '방주교회'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고 한다. 나중에 제주도를 다시 올 기회가 된다면 "건축가 유동룡(庾東龍)"을 테마로 한 여행도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3) 방주 교회 사진
방주 교회는 구약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물과 빛, 그리고 ZINC 소재의 메탈로 만들었으며, 2010년 한국 건축가 협회에서 건축물 대상을 받았다.
방주 교회 하면 떠오르는 인공 수조와 어우러진 교회의 앞 모습도 인상 깊지만 나는 오히려 교회를 옆에서 바라본 모습이 더욱 인상 깊었다. 특히 이타미 준은 흙, 돌, 나무 등 원초적 소재로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건축을 추구했다고 하는데 그의 건축에 대한 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와서 다시 전체 모습을 보니 천장의 저 서로 다른 푸른색의 삼각형들은 빛을 받은 바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의도한 대로 변하고,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건축물을 지으려 노력했던 그의 작품답게 이 방주교회를 다녀온 분들의 블로그를 보면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자연 속에서 편안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조만간 다시 제주도를 찾을 기회가 온다면 제대로 된 건축 기행을 다시 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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