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항상 아이와 어딜 가야 할지 고민인 나에게 박물관은 매우 선택하기 쉬운 장소 중 하나이나 아직 4살밖에 안 된 아들이 즐기기엔 아직 제한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주 다녀온 하남역사박물관은 아이들의 체험은 물론 어른들도 흥미가 생길 정도로 전시를 알차게 구성해두어서 여러분들께 얼른 소개드려볼까 한다.
1. 하남 역사박물관 위치 및 주차
위치 : 경기 하남시 덕풍동로 30
관람시간 : 09시 ~ 18시 (17시까지 입장)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설/추석 당일
관람료 : 무료
주차 : 바로 앞 하남역사박물관 공영주차장 이용
- 1시간 700원 / 추가 10분당 100원으로 저렴
하남역사박물관은 하남시 대표 공립박물관으로 이름만 들어보면 다소 딱딱한 느낌에 하남시에 대한 내용만 주로 다루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당연히 하남의 역사와 문화를 기본으로 다루고 있기는 하나 크게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을 지나 근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우리나라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각 시대마다의 지역 관련 전시 및 우리 모두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소장품 등의 퀄리티가 매우 높아 만약 이곳까지의 거리가 1시간 내외라고 한다면 무조건 와보실 것을 추천드리는 곳이다.
2. 하남 역사박물관 상설전시
하남 역사박물관은 독특하게 3층부터 아래로
내려오면서 전시를 관람하시면 되며
그렇기에 순서대로 3층부터 안내해드려 보겠다.
1) 3층 - 선사실/고대실(실감관)/고려실
하남의 선사시대는 우리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미사리'의 유적을 중심으로 펼쳐지며, 여느 박물관들이 그러하듯 옛 구석기시대 도구부터 다양한 토기, 생활유물을 통해 미사리에 정착하여 삶을 영위했던 선사시대 하남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미사(迷沙)'는 아름다운 물결과 모래로 이루어진 섬을 뜻하는 아주 예쁜 이름으로 그동안 신석기시대 및 청동기시대의 대표 유적으로만 알려져 왔으나, 구석기시대 유적까지 추가로 확인되며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도 인류가 거주하기 최적의 환경이라는 곳이 고고학적으로 증명된 곳이다.
특히 3층에는 '이성산성 실감관'이라고 하는 어른들도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전시가 있는데 '하남 이성산성(사적 제422호)'은 춘궁동에 위치한 삼국시대 석축산성으로, 산의 능선과 계곡을 따라 돌을 쌓은 포곡형 산성이다. 이성산성은 한강 주변을 조망하기 유리한 지리적 요충지에 축조되어 지역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으로 이곳 내부에서는 다양한 건물지와 저수지 등이 조사되었고, 목간, 요고(삼국시대 악기), 흙으로 만든 말, 토기 등 수많은 유물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이성산성 실감관의 가장 큰 매력은 이 파노라마 스크린을 통해 이성산성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인데 복원 조감도를 기초로 이성산성이 어떻게 지어졌는지를 3D로 보여주는 영상은 '와~ 정말 잘 만들었다!'라는 소리가 입에서 절로 튀어나온다. 특히 영상을 모두 감상한 후에 마치 이성산성으로 직접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듯한 연출은 지금 다시 영상으로 봐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멋진 장면이니 꼭 이곳에서 직접 온몸으로 경험해보시길 바란다.
이성산성에서는 발굴을 통하여 짧은목항아리, 긴목항아리, 입큰단지 등 6세기~8세기 경의 신라 토기부터 얼굴모양 조각품, 사람모양 조각품, 목간, 요고, 자 등의 목제유물 그리고 쇠말, 쇠화살촉, 청동거울, 쇠도끼 등 금속제 유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이성산성의 유물에 대해서 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게임 형태로 만들어서 어린 친구들도 흥미를 느끼고 이해하기 쉽게 구성해두고 있으며
직접 내 손으로 무너진 이성산성의 성벽을 쌓는 체험도 해볼 수 있는데, 이는 단순히 재미 차원의 게임을 넘어서 실제로 2번에 걸쳐 다시 쌓아 만들어진 이성산성의 역사를 녹여놓고 있는 공간이라 참 이 박물관의 큐레이터가 제대로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3층의 마지막인 고려실에서는 화려한 옛 하남의 불교문화를 엿볼 수 있는데 하남은 고려 성종대 지방 행정상 요지에 설치한 12목 중 광주목이 위치한 곳이자 고려 수도인 개경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관문이었기에 덕풍천을 중심으로 금암산과 이성산, 객산 사이에 불교 관련 다양한 유적들이 분포하고 있다.
특히 보물 제322호인 하사창동 철조석가여래좌상은 현존하는 고려시대 철불 중 가장 큰 규모로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하며, 이곳에 전시된 유물은 실물을 3D로 스캔한 후, 전통 제작방식에 최대한 가깝게 재현한 것이라고 하는데 재현품임에도 불구하고 기증된 실제 대좌와 멋지게 꾸며놓은 주변 덕분인지 마치 실제 철조석가여래좌상을 보는듯한 웅장함을 느끼게 된다.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하사창동 철조석가여래좌상 외에도 같은 공간 안에는 고려시대 서민의 생활용기였던 토기의 모습과 푸른빛이 아름다운 청자 그리고 한국의 독창적인 양식을 볼 수 있는 금속공예까지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2) 2층 - 조선실/근현대실
2층의 시작은 조선실로 시작을 하는데 하남은 지방의 행정을 맡는 광주관아와 유교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광주향교가 위치한 조선시대 광주 지역의 행정중심지였으며, 수도 한양의 배후지역으로 많은 사람들의 왕래와 물류유통이 활발한 교통의 길목이었다고 하는데 최근 하남이 하루가 다르게 개발되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다시금 이때의 영광을 되찾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날의 하남시는 과거 광주군의 동부면과 서부면 일대로, 그리고 1912년에 이르러 28개의 동리로 확대된 후 꾸준한 발전을 이룩하다가 1980년 동부면이 동부읍으로 승격한 후 1989년 광주군 동부읍, 서부면, 중부면 일부가 합쳐져 탄생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근현대의 기간을 단순히 텍스트로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에게 익숙한 공간들과 주민들의 실제 소품으로 구성해둠으로써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1900년대 하남의 그 어느 때로 돌아가는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사실 1983년생인 내가 본격적인 학창 시절을 한 것은 거의 1990년대이기에 이 시절의 소품들은 나에게 다소 생소한 것들도 많았지만 요즘처럼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 잠시나마 아날로그 감성을 흠뻑 느끼며 내 어린 시절의 추억도 한 줌 꺼내보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으며, 주변에서 함께 관람하시던 50대 이상의 관람객들이 '이거 기억난다!'라고 소리치며 아이처럼 즐거워하시는 모습에 내 마음까지 포근해지는 따뜻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3. 하남 역사박물관 어린이체험관/기획전시
남녀노소 모두 찾아오는 박물관답게 1층에는 하남역사 OX 퀴즈, 이성산성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코르크 퍼즐놀이, 하남의 출토 유물들과 함께하는 볼풀놀이 등 키즈카페 수준으로 잘 만들어 놓은 어린이체험실이 있어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혼자 놀 수 있는 경우에는 아예 이곳에서 놀게 하고 편하게 관람을 하셔도 좋을 듯하며, 아직 어리다면 함께 박물관을 둘러본 후 이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도 좋을 듯하다.
현재 1층에서는 2022년 08월 02일부터 09월 18일까지 '개성 만월대 열두 해의 발굴' 열네 번째 전시가 진행 중인데, 이는 918년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이 1,100여 년 전인 919년 개경(현재의 개성)을 수도로 삼고 새롭게 지었던 고려 궁성의 자취를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열두 해 동안 남북이 함께 발굴한 고려 궁성의 자취를 소개하고 공동 발굴이 이루어낸 남북 교류협력의 성과와 의미를 확인하는 전시이다.
이 남북 공동 발굴조사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총 8차례 이루어졌다고 하며, 지금까지 약 40여 동의 건물지와 배수로, 서부 건축군과 중심 건축군을 연결하는 대형 계단과 문지 등 고려 궁성의 규모를 확인하고 고려 왕실 문화를 보여주는 청자, 와전, 금속활자 등 유물 17,900여 점을 발굴하여 고려의 수도, 개경의 문화를 밝혀냈다고 한다.
2013년 만월대를 포함한 개성 역사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까지 했다고 하니 이곳까지 오신 김에 함께 둘러보시면 좋을 전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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