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을은 단풍반 사람반
가을이 오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단풍 명소들은 사람들이 가득 해지며 그야말로 단풍반 사람반이 돼버려 평온한 단풍 구경보다는 오히려 기를 빨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이에 지난번 홍유릉에 이어서 남들은 잘 가지 않는, 하지만 꽤나 이뻐서 한 번은 가볼 만한 건국대학교의 단풍을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모교라서 약간 주관적일 수 있음.... ㅋㅋ)
<숨은 단풍 명소 1편 : 홍유릉>
https://taminsa.tistory.com/88
특히 아시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단풍 시즌의 어린이대공원은 주차하기 위해 대기 중인 차들로 지옥이 펼쳐지기 때문에 혹시 대중교통이 아닌 차로 오셨다가 진입을 포기하신 분들은 그냥 돌아가지 마시고 건대라도 한 바퀴 돌고 가시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포스팅을 시작해본다.
2. 건국대학교 위치 및 주차 정보
주소 :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 120
주차 : 교내 건물부터 도로 위 주차장들까지
공간은 매우 많으나 가격이 조금 비쌈
<주차 요금>
1시간 3,000원 (추가 : 10분당 500원)
사실 일반 공영 주차장들에 비해서 주차요금이 상당히 비싼 것은 사실이나, 어린이대공원 주차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과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차라리 몇 천 원 더 내는 게 낫다고 판단하여 나는 항상 건국대학교 후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고 어린이대공원으로 향한다. 다만, 건대와 어린이대공원 두 곳 모두 바로 코앞에 지하철역이 있기 때문에 주차 비용이 아깝거나 주차 스트레스가 부담이신 분들은 대중교통을 활용하실 것을 권한다.
3. 건국대학교 단풍구경 코스
사실 "건국대학교"라고 하면 보통 "일감호" 정도만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다. 물론 일감호가 호수 내에 인공섬이 있고 과거에는 일감호가 얼었을 때 야외 빙상대회가 열렸을 정도로 임팩트 있는 곳이기는 하나, 건국대학교 안에는 일감호 외에도 수많은 볼거리와 걸을 곳이 있기에 하나하나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건국대학교는 지도상으로 봤을 때는 어린이대공원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캠퍼스이다. 나 역시도 학교를 다니는 내내 전체를 다 돌아보지 못했을 정도로 넓은 곳이기에 아마 처음 놀러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일감호 정도만 한 바퀴 돌고 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에 정문에서부터 시작하는 간단한 코스 표를 만들어봤으니 놀러 가실 분들은 순서대로 구경하실 것을 추천드린다.
1) 정문 ~ 상허기념도서관
나는 사실 주차를 하고 도서관 쪽으로 올라갔기에 정문부터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타고 오시는 분들은 어쩔 수 없이 정문 쪽에서 시작을 하게 되므로 1번 화살표의 코스로 진입하시면 된다.
일감호를 바라보며 우뚝 솟아있는 새천년관을 지나 도서관 쪽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건국대학교 박물관을 볼 수 있으며, 이곳에는 고고, 역사, 미술, 민속, 학교 역사자료 등 6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꽤나 괜찮은 박물관이다.
학교를 휴학과 고시 준비를 하며 거의 8년 가까이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당시에는 이 길이 이렇게 이쁜지 한 번도 느껴보질 못했는데 지금 와서 다시 보니 정말 아름다운 길 중 하나다.
특히 이 길은 도서관에서 일감호 쪽으로 나와 광장을 비롯하여 새천년관, 학생회관, 기타 모든 건물들로 연결되는 길이기에 정말 수백 번을 오갔던 길인데 오랜만에 다시 와서 걸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은행이 너무 많이 떨어져서 지뢰밭이라고 짜증을 내며 연석 위로 걸어 다녔던 아주 무서운 길이기도 하다....
완전히 잊고 살아오고 있었지만 도서관 앞에 도착하는 순간 대학생 시절 맨날 벼락치기 공부를 하다 밤늦게 동기들과 모여 앉아 박카스 한 병 먹으며, 먼저 집에 가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던 때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2) 상허기념도서관 ~ 교육과학관
이 코스는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이 아닌 이상 알기 쉽지 않은 코스로 긴 코스는 아니지만 다음 목적지로 가는 동안 꽤나 깊은 숲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그런 상쾌함을 선사하는 곳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기에 그만큼 조용하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코스 중 하나이다.
3) 교육과학관 ~ 새천년관
짧은 산책코스를 지나면 교육과학관을 지나 상허연구관으로 향하는 길이 등장한다.
이곳 역시 학교를 다니던 당시에는 헤아릴 수 없이 바닥을 덮고 있던 은행을 피해가는 것조차 힘들어 잘 오지 않았던 길인데, 지금 다시 와서 보니 아직도 2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학교 건물과 함께 여전히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상허연구관은 무역학과인 내가 수업을 가장 많이 들었던 곳으로 그때 당시에도 새 건물이어서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여전히 예전의 그 깔끔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반가웠다.
코로나 때문에 현재는 앉을 수 있는 공간들은 일부 제한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캠퍼스 자체가 워낙 넓기에 그저 천천히 단풍을 구경하며 걷기만 해도 충분히 힐링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4, 5) 새천년관 ~ 공예관/이과대학/공학관
새천년관을 지나 공예관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도정궁 경원당이라는 곳이 있는데, 사직동에 있던 덕흥대원군 사당을 지키는 후손의 살림집 중 하나로 1979년 당시 소유주 정재문이 건국대학교에 기증하면서 지금 위치로 옮겨졌다고 한다.
사실 이렇게 끝에도 학과 건물이 있는 것을 나는 학교를 다니는 내내 전혀 몰랐는데, 처음 본 공예관의 모습은 마치 예술작품 같은 모습이었으며, 바로 앞에 혼자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빨간 아반떼 덕분에 꽤나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6) 공학관 ~ 상허 유석창 박사의 묘
어찌 보면 건국대학교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상허 유석창 박사의 묘이며, 대충 눈치를 채신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이분이 바로 지금의 건국대학교를 설립한 교육자이며, 이분의 호가 상허이다.
유석창 박사는 독립을 위해 헌신한 우국지사였으며, 해방 후 1945년 10월 낙원동에 건국의숙을 설립하였고, 건국의숙이 조선정치학관, 정치대학을 거쳐 1959년 종합대학인 건국대학교로 승격함에 따라 건국대학교 초대 총장으로 취임하였다고 한다.
사실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시기였기에 이 묘를 매일 보면서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졸업하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지금의 건국대학교를 존재하게 한, 건대 재학생들에게 있어서 만큼은 매우 중요한 분임을 뒤늦게 깨닫게 되어 왠지 모를 죄송한 마음이 든다.
이렇게 정문에서 시작하여 상허 유석창 박사의 묘까지 둘러보며 캠퍼스를 크게 한 바퀴 돌면 40~50분 정도의 시간이 보통 소요되는데, 이정도면 주차비도 크게 부담되지 않고 어딜 가도 사람이 넘쳐나는 시기에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조용히 단풍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므로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와보실 것을 추천드린다.
사실 오늘 포스팅을 시작하기 전에는 그저 홍유릉에 이어 여러분들에게 좋은 단풍 명소를 소개해드려야지 하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사진을 하나하나 보며 글을 적다 보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내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당시에는 그저 힘들기만 하고 빨리 지나갔으면 했던 그 시간들이 지금 돌이켜보니 둘도 없이 소중하고 즐거웠던 시간임을 깨달으며, 앞으로의 하루하루도 즐겁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지금 이 글을 보는 분들 모두의 상황은 각기 다를 것이나, 그 상황이 어떻든 "현재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매일을 보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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